서울, 대전, 부산, 광주에서 모인 여고 때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 오랫만에 다시 찾은 섬진강변을 따라 최참판댁에 갔다.
누마루에서 내려다 본 악양들판의 황금빛 가을들녘의 평화로움과 풍요로움이 참 좋았다. 상쾌한 바람에 취해 있을 때, 한복에 갓을 쓴 범상치 않은 분이 오셔서 경의를 표했다. 인사를 여쭙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탁자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눴다. 알고보니 명예참판이시란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우린 그분이 직접 들려주신, 귀한 시조창에 귀를 모았다. 기품과 학식의 깊이가 느껴졌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시는 그 분의 노력이 고마웠다.
어찌나 우리의 자세가 진지했던지 방으로 초대해 주셨다.
손수 차를 내어 주시며, '하동 3보'한시 (自作)의 해설과 하동의 아름다움, 경로사상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다. 타임머신을 타고 서당에 모인 '서희'친구들처럼 우린 진지하게 경청하고 피드백을 하며 감동을 더 했다. 스쳐가는 수많은 여행객 중에 훈장님을 뵙고 직강을 들으며 차도 얻어 마신 행운에 참으로 뿌듯해했다. 또한, 부부송의 유래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 행복했다.
그 부부송의 이름을 '연비'라고 이름지으셨다고 한다. 연리지의 '연' + 비익조의 '비' 합성어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에 찬탄하며, 우리 친구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참판님께 한없는 존경을 담아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쏟아지는 가을 햇살과 악양들판을 바라보며 내려오면서 마냥 훈훈했던 최참판댁 여행을 되새김하면서 후기를 올린다.
10년 넘게 하신다는 명예훈장이신 景岩 정상욱 선생님께 지면으로 거듭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