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달려 지리산 고개 정령치를 넘어 구례 그리고 다시 매화축제가 한창인 하동을 지나 악양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대하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인 최참판댁과 촬영장 세트가 지척에 있습니다. 경치와 마을 분위기가 너무 좋아 많은 분들이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곳곳에 매화꽃이 만발한 이곳의 면소재지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서울이라면 좀처럼 들어서고 싶지 않은 허름해 보이는 외관인 금정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부엌에 할머니 두 분이서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다른 메뉴도 많이 있지만 점심으로는 역시 백반이 제일입니다. 마침 배달을 위해 도시락에 담은 반찬을 보고 혹시나 했던 마음에 역시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4000원에 이렇게 화려하고 맛깔스럽게 담은 도시락을 받을 수 있다니 이 근처 사시는 분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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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예쁘게 담은 맛있는 반찬을 배달까지 해줍니다.
다섯 개로 나눠진 반찬통이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되고 반찬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가뜩이나 배가 고파 있는데 입속에 침이 한가득 고이게 했습니다. 식사 준비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2개의 반찬에 콩비지국까지 나왔습니다. 조기구이, 콩비지 그리고 제육볶음까지 한꺼번에 나오니 다른 곳에 가면 한 번에 하나씩밖에 먹을 수 없지만 이곳은 일석삼조로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눈에 봐도 식당에서 직접 만든 듯한 도토리묵, 마늘무침 등을 비롯한 각종 나물과 김치들. 봄철의 깔깔한 입맛을 돋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반찬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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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스러운 순간입니다. 입에 침이 한 가득 고여있는 채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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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는 할머니가 공짜로 타주십니다. 취향대로...
제가 백반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구성 자체가 웰빙이기 때문입니다. 반찬의 구성을 보면 가장 많은 것이 김치와 나물 등의 푸성귀들이고 그 다음으로 소금에 절인 젓갈이나 해산물류, 마지막으로 고기류 약간입니다.
다만 전라도 쪽으로 가면 갈수록 반찬의 맵고 짠 정도가 강해져서 싱거운 음식에 익숙하신 분에게는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전라도서 나고 자란 제 입맛에는 그야말로 '딱'입니다.
한 상 잘 먹고 나면 식당 주인 할머니께서 손수 커피를 타주시는데 이 맛이 또한 일품입니다. 웬만한 자판기 커피도 할머니가 타주신 커피 맛에는 미치지 못할, 그럴 맛이었다고나 할까요. 함께 여행을 간 동행은 "이 집에 들어설 때부터 나는 이 집 음식이 맛있을 줄 알았어. 주방에 할머니가 계신 집치고는 음식 맛없는 집이 없거든"이라고 말합니다.
출처 : 5천원짜리 백반에 반찬 17가지... 찌개까지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