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과 꽃길따라 전해져 내려온 하동의 이야기 보따리...
전설과 설화
금오산 별님과 달님이야기
아득한 옛날 금남면 금오산에 달님과 별님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다정스럽게 산을 거닐기도 했고 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도 하며 서로 사랑을 맹세한 사이였다. 그 사랑이 너무 아름 답기 때문에 새들도 축복을 했으며 더구나 산신령인 호랑이 부부는 무척 귀여워 해주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을 모두 축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심술이 사납고 언제나 남의 좋은 일을 보지 못하는 지신이 이들의 사랑을 질투하고 있었으며 언제나 기회가 있으면 별님을 죽이고 달님을 자기 애인으로 삼을 것을 마음 먹고 있었다. 별님을 미워했고 자신의 불타는 사랑을 외면하는 달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던 것이다.
하루는 지신이 잡신을 찾아가 기름진 하동읍의 너뱅이들을 잡신에게 주는 조건으로 달님과 사랑을 이루게 도와달라며 부탁을 했다. 잡신은 지신과 약속을 한 뒤 지신이 집으로 돌아가자 부리나케 달님이 사는 동굴로 달려가 달님에게 지신의 마음을 받아 줄것을 권하지만 달님은 이를 거절한다. 하루는 달님이 나물을 캐러 나갔다가 지신과 마주쳤는데 지신이 별님과 손을 끊고 자신과 사귀어달라고 협박한다. 달님은 이말을 듣고 매섭게 퍼부었다. 지신은 얼굴을 화끈거리며 좋은 일이 없을거라고 말하며 훌쩍 떠났다. 불안한 달님은 잡신을 찾아가 도움을 청해보지만, 결국 별님과의 이별에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자신과 잡신은 언제라도 별님을 헤칠 궁리를 끝내고 기회만 보고 있었다.
어느날 밤 별님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날 기름진 너뱅이들에 욕심이난 잡신은 별님을 죽이기 위해 몰래 별님의 동지들을 찾아 들었다. 그의 손에는 무시무시한 칼이 쥐어 있었고 그의 입엔 날이 시퍼렇게 선 도끼를 물고 있었다. 잡신이 별님을 죽이려하자 동굴에서 같이 잠을 자던 산새가 이 소리를 들었다. 산새는 잡신 몰래 빠져 남해에 있는 산신령 내외에게 알려야 한다고 부지런히 날았다. 산새는 부엉이에게 부탁을 했고 부엉이는 다시 독수리에게 전달해서 남해에 있는 산신령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산신령은 암호랑이에게 말했다.
"당신은 먼저 떠나야 하겠오. 난 지금 여기 일들을 좀 정리하고 곧 떠날 것이니깐." 암호랑이는 산을 넘고 또 넘어 금오산의 별님 동굴로 달려 오고 있었다. 잡신과 별님은 싸움이 벌어졌다. 아무 무기도 안가진 별님은 맨손으로 막으며 잡신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이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달님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별님은 날개를 폈다. 그리고는 잡신을 공격했다. 그러나 잡신의 칼날은 별님의 왼쪽 날개를 쳐서 붉은 피를 흘리며 떨어져 나갔다. 날개를 잃은 별님은 이제 잡신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한편 암호랑이인 산신령은 부지런히 달려 금오산을 오르고 있을 때 쾅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 보니 이제까지 육지로 있던 남해가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떨어져 나가는 남해에서 숫호랑이가 소리쳤다.
"빨리 별님에게 가게. 난 곧 갈터이니까" 암호랑이는 달렸다. 지신은 별님이 산신령의 도움을 받게 되면 잡신이 별님을 죽이지 못할 것을 알고 남해섬을 육지에서 떼어 냈으나 이미 암호랑이인 산신령은 금오산에 당도하고 말았고 이때부터 남해는 섬이 되었다고 한다. 암호랑이는 부지런히 별님의 동굴로 갔다. 동굴엔 칼 휘두르는 소리가 요란했고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암호랑이는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잡신이 피투성이가 된 별님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어흥 하는 소리에 놀란 잡신이 뒤를 돌아 보는 순간, 암호랑이는 잡신을 덮쳐 그를 죽여 버렸다. 그리고는 별님에게로 갔다. 별님은 남은 힘을 다하여 손짓을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목을 떨어뜨리고는 죽었다. 달님은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는 잡신의 칼을 가슴에 꽂아 그녀도 죽었다. 별님과 달님이 남긴 피는 금오산 여기저기 뿌려졌고 뿌려진 곳마다 붉은 꽃이 피어났다. 이름하여 철쭉꽃, 금오산 철쭉꽃은 별님과 달님의 피가 맺혀 피어난 것이라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