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과 꽃길따라 전해져 내려온 하동의 이야기 보따리...
전설과 설화
용추 쌀바위 전설
아득한 옛날 불일폭포 오른쪽으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맑은 샘물은 자연의 신비를 담아 용소로 떨어졌고 그 용소에는 천년 묵은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직 백학봉도 청학봉도 없을 때 였으니까 무척 오랜 옛날이 아닐 수 없다. 이 이무기는 천년이 되면 용이되어 하늘에 오를 것을 기다리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또한 그 옆에는 불일암이란 암자가 있어 스님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뇌성이 치고 벼락이 나무를 때리며 무서운 폭풍이 휘몰아 쳤다. 산천은 천지가 개벽되는 것 같이 무서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았다. 산이 쩍 갈라지고 용소에서 용이 푸른빛을 발하며 하늘로 오르고 땅은 마구 흔들리며 쾅쾅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었다. 비는 쏟아지며 뇌성은 이 골짜기를 가르고 있었다. 이윽고 비가 멎으며 뇌성도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불일암에 있던 스님은 이제까지 무서워 꼼짝 못하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안에 있다가 밖이 조용하여 어둡던 창이 밝아 오는 것을 보고 방문을 열고 나섰다. 아! 이게 웬일인가? 이제까지 용소 옆에 하나로 서 있던 산이 두 개로 갈라졌고 곱게 흐르던 물줄기가 없어지고 천길 절벽이 생겼으며 그 절벽으론 물이 떨어지고 없던 폭포가 생겨났었다. 이 모든 변화에 잠시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언덕을 내려가 보았다.
깊은 절벽 밑으로 새로 물줄기가 생겨났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언덕에 큰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다. 스님은 호기심이 일어나 뚫어진 구멍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그 곳엔 쌀이 흘러 나오고 있지 않은가. 스님은 눈을 닦았다. 그리고 다시 보았다. 틀림없이 쌀이었던 것이다. 스님은 기뻐서 이는 분명 부처님의 자비가 내린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두 손을 합장하고 감사를 드리며 부지런히 쌀을 암자에 옮겼다. 뒷날 다시 그 절벽의 뚫어진 구멍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또 쌀이 나와 있지 않은가. 스님은 또 쌀을 암자에 옮겼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염불을 외우며 부처님께 감사를 드렸다. 어제까지 나무열매로 생식을 하며 지냈던 스님은 이제 여유가 생겼고 이 쌀을 화개장에 팔아 다른 일용품을 사기도 했다. 하루는 구멍에서 쌀을 옮기고 뒷날은 장터에 내다 팔고 점점 불어나는 재산에 재미가 났다.
이제는 염불도 귀찮아졌다. 속세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더구나 주막집 아낙네의 눈웃음을 잊을 수 없게 되었고, 승복을 입은 주제에 그곳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안타까운 심정을 말할 수도 없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쌀을 가져오고 내다 파는 일을 계속했다. 하루는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말했다. "스님이 이렇게 조금씩 가져 올 것이 아니라 며칠 모아 놓았다가 한꺼번에 가져오시면 수고도 덜고 목돈도 가질 수 있을 것을 무엇때문에 거의 날마다 나르시는지 모르겠군요."했다. 스님은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저 쌀이 나오는 구멍을 더 크게 판다면 더 많은 쌀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스님은 구멍을 더 크게 뚫을 도구를 챙겨서 폭포로 내려갔다. 그리고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뚫었다. 그리고 해가지자 암자로 돌아왔다. 이튿날 또 구멍을 뚫고 닷새동안이나 구멍을 뚫었는데 구멍은 전 것보다 3배 이상이 크게 되었다. 스님은 마음이 흡족했다. 내일부터는 3배로 쌀이 쏟아져 나올 것이니 이제는 큰 부자가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로 밤잠을 설치며 거의 뜬눈으로 밤을 세웠다. 스님은 날이 밝자 큰 쌀자루를 메고 절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크게 뚫어 놓은 쌀구멍으로 갔다. 그러나 그 곳에는 3배로 많은 쌀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톨의 쌀도 없었다. 스님은 구멍 속을 보았다. 또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어느 도둑놈이 나 몰래 쌀을 가지고 간 것이라고) 그래서, 그날 밤 스님은 그 쌀이 나오는 구멍 앞에 앉아 도둑을 지키고 있었다. 뜬눈으로 도둑을 지켰지만 도둑은 오지 않았다. 스님은 마음을 놓았다. 그렇다면 오늘은 틀림없이 많은 쌀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구멍을 보았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뒷날 사람들은 스님이 욕심이 많아 구멍을 뚫었다가 그만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천벌을 받았다고 말한다. 또 용이 하늘을 오를 때 백학봉, 청학봉이 생겼고 용추는 용소가 되었으며, 불일폭포도 생겼다. 그 쌀이 나온 바위를 용추바위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