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읍 비파리에 백마터가 있다. 옛날 조선시대 이 마을의 가난하고 천한 농부집에 해산의 날이 가까워 오고 있을 때 이 동네에 이상한 서기가 감돌며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없었고 오직 그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옥동자를 분만했던 것이다. 아기를 낳은지 3일째 되던 날 산모는 부엌에 나가 미역국을 끓이게 되었으며 남편은 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모가 미역국을 끓여 방에 들어와보니 아이가 없었다. 산모는 이상히 여겨 여기저기 아이를 찾았으나 없었다. 산모는 그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밖으로 뛰어나가 허둥지둥 남편에게로 갔다. “여보 아이가 없어졌어요.” 남편과 부인이 급히 집으로 돌아와 집안을 샅샅이 찾았으나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방안으로 들어갔다. 힘없이 남편은 앉았고 부인은 엎드려 울고 있었다. 그런데 벽에서 새의 날개 치는 소리가 들기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동시에 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거기에 날개가 돋은 아이가 붙어있고 그들이 보자 그 아이는 날개를 퍼득이며 이라 날고 저리 날고 하지는 않는가, 깜짝 놀란 그들은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남편이 부인에게 말했다. “여보, 이것 큰 일이 났소.” 큰일이라는 말에 눈이 둥그레진 부인은 남편 앞에 다가 앉으며, “무슨 일이란 말이에요.” “저 아이를 보시오, 사람에게 날개가 달렸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요, 저 아이는 반드시 큰 인물이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우리 같은 천민이 저런 아이가 있으면 역적으로 몰려 죽는다고 하는 말을 나는 들었고, 어떻게 하면 좋겠소.” 남편은 말을 마치자 dRo가 축 처지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부인도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들은 크게 울지 못하고 흐느낄 수밖에 없었으며 가슴엔 탄식뿐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했지만 아무런 대책이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이 부인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만 저 아이를 죽이는 도리밖에 없소, 그렇지 않으면 저 아이와 우리는 모두 죽게 되고 또한 삼족을 멸한다고 하니 저 아이 하나의 죽음은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으니 이 길 밖에 없겠고. 물론 부인도 마음이 아프고 괴롭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소.” 부인은 흐느끼고 있었다. 이미 아이는 구할 수 없을 것이고 사흘이 된 지금 죽음을 택해야 하는 운명이 서러웠다. 그렇지만 빨리 결정해야 할 문제다. “당신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부인은 또 울었다.
부인의 등을 어루만지는 남편도 울었다. 두 사람은 방을 날아다니며 노는 아이를 붙들었다. 차마 죽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생글생글 웃는 모습을 볼 때 죽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또 아이를 안고 울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죽여야만 다른 사람이 살 수 있으니까. 남편은 칼을 들었다. 차마 칼로 죽일 수는 없었다. 그냥 목을 조였다. 킥킥거리는 아이의 소리에 그들은 눈을 감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눈을 떴다. 거기에 축 늘어진 아이의 시체가 있었고 흐느끼는 부인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밖에서 말 우는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그들은 방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동네앞 개울에서 하얀 말이 이 집을 향해 세 번 울음을 울고는 집으로 뛰어 들어 뜰을 세바퀴 돌고난 후 크게 울고는 하늘로 올라갔다. 그 말이 개울에서 나온 곳이 크게 파이고 그 곳에 뒷날 물이 고였기 때문에 이 곳을 백마소라 불리어지고 이 애달픈 이야기는 오늘도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