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종며 병천리 앞 강변의 송림엔 조그마한 공옥산이 있다. 옛날엔 전라남도 순천에 이것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순천의 관가에선 징세관을 파견하여 공옥대 사용의 세금을 받아갔다. 그 때마다 동네 사람들은 괘씸하게 생각했고 어떻게 g면 순천 관가에 선 징세관을 파견하여 공옥대 사용의 세금을 바치지 않아도 될 것인가를 궁리하기도 했지만 묘안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는 가난한 동네의 한 가정에서 이 사실 때문에 부부가 궁리를 했으나 끝내 좋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어 한 숨을 쉬며 탄식을 했다.
“우리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큰일이군요.” 기운 없는 말을 남편이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징세관을 쫓아내자니 관가가 두렵고 가만히 두자니 괘씸하고 참 딱한 일이요.” 하며 아내도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이제까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던 소년이 입을 열었다. “아버님, 제가 그 사람을 만나 볼 수만 있다면 동네 사람들의 걱정거리를 없앨 수 있습니다.”“네가 할 수 있단 말인가?”“네, 틀림없이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의아한 시선을 주고 있던 소년의 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그만 두어라. 어른들도 못하는 일인데 너처럼 어린 아이가 성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누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그러자 소년은 더욱 굳세게 아버지를 졸랐다. “ 능히 할 수 있습니다. 아버님!” 그의 아버지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순천 관가의 징세관은 말을 비스듬히 타고 왔다. 동네에 도착한 그는 이장을 찾아 세금을 독촉했다. 올해도 영락없이 당하고 말 것이라는 체념 때문인지 이장은 순순히 그를 정자쪽으로 안내했고 정장 오르자 세금의 독촉이 성화같았다.l 그런데 뜻밖에도 소년이 당돌하게 징세관을 뵙기를 청했던 것이다. 이장이 나섰다. “무슨 일인가?”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징세관을 뵈었으면 합니다. 간곡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자 이장은 “무슨 얘긴지 모르지만 나에게 하여 보아라. 내가 전할 것이니”“직접 찾아 뵙고 말씀드려야 될 일이기에 이장님께는 말씀을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완강한 소년의 말에 힘이 있었다. 그리고는 소년을 징세관에게로 데리고 갔다. “이 아이가 어르신을 뵙자고 합니다.” 이장은 공손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그 징세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인가 해 보아라.” 징세관은 눈을 감고 얘기를 들었다.
“다름이 아니오라 어르신께서는 매년 세금을 받으시려고 먼 길을 오시도 또 저희 동네에서도 매년 세금을 바치는 일이 달갑지 않습니다.”“그래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오니 공옥대를 순천으로 가져 가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어르신이 오실 필요도 없고 저희 동네서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니까요” 당돌하리 만큼 내뱉는 말이었다. 징세관은 눈을 떴다. 그리고는 방긋이 웃었다. “ 그렇게 하지. 헌데 내가 저 공옥산을 자겨 가려면 여간 고생이 아니거든, 그러니 밧줄로 저 공옥산을 매어 주면 내가 가져가겠다.”
참 곤란한 일이었다. 땅속에 깊이 박혀있는 공옥산을 밧줄로 묶을 수 있을까. 동네 사람들은 모두 소년에게 시선을 주었다. 또 근심이 컸다. “감사합니다. 어르신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반드시 밧줄로 매어 드리겠으니 오늘 당장 가져가시고 세금을 더두지 말아야 합니다.” “매기만 한다면 그대로 하리라.” 그리고 그 징세관은 또 눈을 감았다. 소년은 동네 어른들과 힘을 합쳐 밧줄로 공옥산의 윗부분을 묶었고 그 끈을 징세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징세관은 일어섰다. 그리고는 밧줄을 놓고 그 길로 말을 타고 이 동네를 떠났다.
이후로는 다시 세금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