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지면을 옮겨가며 연재되어 1994년 9월 제16권이 발간되면서 완성된 박경리의 대표적 대하 소설 <토지>는 한국 현대 문학 100년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소설로 손꼽힌다. 구한말에서 8.15까지 경남 하동 평사리의 대지주 최씨 가문의 4대에 걸친 비극적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한국의 개인사・가족사・생활사・풍속사・역사・사회사 등을 모두 포괄하는 총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이 작품이 1897년부터 1945년까지 식민지 시대 전체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둘째, 지주・소작인・친일파・밀정・의병・승려・지식인 등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상적 경향을 가진 가공적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인생 유전을 세밀하게 추적한다는 점, 셋째, 소설의 배경 무대가 한반도의 하단 평사리에서 시작하여 진주・통영・경성・만주의 용정・신경・하얼빈・일본의 동경으로 확대된다는 점, 넷째, 사건 중심의 기술에서 점차 등장 인물들의 개인사 중심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관을 이룬다는 점 등이다.
즉, <토지>는 인물로는 서희와 길상을, 공간적으로는 평사리를 각각 중심으로 하여 수많은 동심원을 그리는 확대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기술 방법을 통해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 한국인의 보편적 혹은 총체적 삶을 재현한다.
그러기에 <토지>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로 나올 수가 있다. 우선 갈래에서 대하 소설, 역사 소설, 농민 소설, 총체 소설 등 여러 명칭이 쓰이는데, 이는 그만큼 이 작품이 한국이 역사는 물론, 농민의 근대적 각성, 죽음과 한의 철학, 토속적, 무속적 향수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격동기 민족의 수난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서술 방법과 구성 원리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 역사와 운명 모두를 포괄했다는 점에서도 총체적이다.
7,80년대의 탁월한 소설적 성취로 평가되는 <장길산>이나 <태백산맥>은 각각 민중적 세계관과 프롤레타리아 세계관에 입각한, 그 시대 역사 의식의 정직한 소산이다. 그러나 <토지>는 시대적 역사 의식에 비교적 자유로우면서, 한편으로 운명적인 것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추구한다. 이것은 아마도 박경이 특유의 유기적 세계관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